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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상하수도 시설이 발달하기 이전 사람들은 주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생활용수로 사용했다. 이를 위해 흔히 '작두펌프'로 불리는 수동 물펌프를 사용했는데, 마중물 한 바가지를 넣고 체중을 실어 수차례 펌프질을 하면 물이 나오는 원리였다.
이러한 수동 물펌프의 구조와 원리는 인간 척추의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특히 척추관과 추간공의 기능 및 문제 해결 방법을 이해하는 데 있어 수동 물펌프는 유익한 비유가 될 수 있다.
박경우 서울 광혜병원 대표원장은 "수동 물펌프의 중심부 주요 통로는 척추관, 옆으로 물이 빠져나오는 주둥이는 추간공에 비유할 수 있다"며 "추간공 내외측에 미세하게 얽혀 있는 인대는 수동 물펌프 주둥이 끝에 달린 거름망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동 물펌프와는 달리 실제 척추 내부의 열린 공간은 훨씬 좁다. 척추관 내부로는 굵은 신경 다발이 지나고 추간공 내부에는 신경 가지가 지나가기 때문이다. 이는 척추관이나 추간공이 협착 또는 유착으로 좁아지기 쉽고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오랫동안 방치된 수동 물펌프는 내부가 녹슬거나 이물질로 인해 막히기 쉽다. 이때 펌프를 재작동하려면 주둥이 부분을 청소하거나 막힌 거름망을 제거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척추관과 추간공이 협착 또는 유착된 경우에도 이를 넓혀주는 방법이 필요하다. 바로 이 같은 방식으로 척추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추간공확장술이다.
추간공확장술은 협착된 추간공과 척추관의 공간을 물리적으로 넓혀줘 신경 압박을 해소해 통증을 완화하는 시술이다. 박경우 원장은 "추간공확장술은 신경과 혈관이 지나는 추간공 후방부로 특수 키트를 안전하게 접근해 인대를 절제함으로써 공간을 넓히는 시술"이라며 "이 과정은 마치 수동 물펌프로 물이 원활하게 흘러나올 수 있도록 막힌 주둥이와 거름망을 청소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또한 수동 물펌프를 청소한 후 처음 펌프질을 하면 탁한 물이 나오다가 시간이 지나 맑은 물이 나온다. 이와 마찬가지로 추간공확장술도 한 번에 염증 또는 염증 유발물질을 모두 배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후속 치료를 병행하면서 염증과 신경 부기가 가라앉고 신경 기능이 회복되면 통증이 점차 완화되고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해진다.
박 원장은 "추간공확장술 후에는 가벼운 산책을 권장하고 있다"며 "이는 마치 수동 물펌프에서 탁한 물을 충분히 내보내기 위해 여러 번 펌프질하는 동작과 흡사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걷기 운동은 추간공확장술로 확보된 공간으로 척추관과 추간공 내부의 염증 물질을 배출하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추간공확장술 시술을 통해 많은 환자가 오랜 통증에서 벗어나 건강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동 물펌프와 척추관, 추간공 구조의 유사성은 복잡한 척추 구조와 추간공확장술의 치료 원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오래 방치된 수동 물펌프의 막힌 곳을 뚫어주듯 추간공확장술은 통증을 줄이고 신경 기능을 회복시키는 중요한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추간공확장술은 특수 키트가 접근하기 위한 3~4㎜ 정도의 절개로 최소침습적 시술이 가능하다. 시술 후 1~2자리 봉합만 진행되므로 시술로 인한 근 손실과 시술 후 흉터가 거의 없다. 부분 마취로 짧은 시간 내에 시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고령자나 당뇨, 심혈관질환, 간염 등 여러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도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는 전신 마취가 부담스러운 환자들에게 특히 유용한 치료법이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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