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스미싱 범죄 예방 위해 본인 확인 엄격해야”
 모바일 청첩장, 부고장 등 악성 링크를 통해 개인정보를 탈취한 후 금융 대출을 받는 스미싱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이러한 스미싱 피해로 생긴 부채를 갚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은 민사83단독 한나라 판사는 지난 8일 스미싱 피해자 A씨가 케이뱅크와 미래에셋생명보험, 농협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6000여만원 규모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이같은 판결을 내놨다.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은 원고가 피고에게 빚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재판이다.
A씨는 지난해 3월 30일 모바일 청첩장 문자메시지를 받고 웹주소(URL) 링크를 클릭했다. 스미싱 범죄였던 해당 메시지의 링크를 누르자 A씨 스마트폰에는 악성 앱이 설치됐고 A씨는 운전면허증 사본과 금융 정보 등 개인정보를 탈취당했다. 스미싱 조직은 이후 A씨 명의로 스마트폰을 신규 개통하고 앱을 통해 대출을 받거나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해약해 총 6000여만원의 피해를 입혔다.
이에 A씨는 각 금융기관이 본인확인 조치나 피해 방지를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았다며 대출과 해약을 무효로 해달라는 취지의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대출거래 약정 등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이용자가 본인인지 확인하는 조치를 다 할 의무를 피고들이 제대로 이행했다고 보기 어려워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고 금융기관들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등에서 규정한 본인확인 조치를 모두 이행했으므로 대출이나 보험 해지가 모두 유효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스미싱 범행은 비대면 인증 방식의 허점을 악용하기 때문에 본인확인 절차 준수 여부를 판단할 때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통상 모바일 금융거래 과정에는 운전면허증·기존 계좌 1원 이체·모바일 OTP·문자메시지·ARS 인증 등 본인확인 절차가 있다. 하지만 스미싱 조직이 A씨의 신분증 사본까지 빼돌린 터라 범행을 막을 수 없었다.
재판부는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가 마련한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에 따르면 필수적인 검증방법 중 2가지 이상을 중첩해 실명 확인을 해야 하는데 세 회사 모두 이를 거쳤다고 볼 수도 없다고도 덧붙였다.
재반부는 스마트폰에 신분증 사진을 보관한 A씨 과실도 참작돼야 한다는 금융기관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회 통념상 이례적인 행위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비대면 금융거래를 주된 업으로 한다면 고객 얼굴이 직접 노출되도록 신분증을 촬영하도록 하거나 영상통화를 추가로 요구하는 방식을 택해 본인확인 방법을 보강했어야 하고 기술적으로 현저히 어려운 조치도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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