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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작품의 인물과 공통점이 있는 사람일 때 공연장에는 묘한 기시감이 발생한다. 배우 스스로 인물이 처한 상황에 동질감을 느낀다면 보다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줄 수도 있다. 연기가 익숙하지 않은 신인인 경우 배우와 인물의 일치가 갖는 힘은 더 강해진다.
"어리고 무명이던 시절에 돈이 없어서 여자친구와 이별한 경험이 있어요. 그때의 감정을 생각하면서 자신감이 넘치지만 가진 것이 없어 아내를 잃은 오르페우스를 연기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를 각색한 뮤지컬 '하데스 타운'에서 신과 인간을 감동시키는 재능을 가진 음악가 오르페우스 역을 맡은 가수 김민석(멜로망스·33)이 매일경제를 만났다. 오르페우스는 가난한 자신을 떠난 아내 에우리디케를 데리고 오기 위해 영혼을 빼앗긴 자들의 도시 하데스 타운으로 가는 인물이다.
'하데스 타운'은 음악 듀오 멜로망스에서 작사·작곡과 보컬을 맡은 가수 김민석이 처음으로 출연한 뮤지컬이다. 2015년 데뷔해 '선물' '동화' '욕심' 등으로 음원 차트를 휩쓴 그는 최근 가수 외 다른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하데스 타운'의 제작사 에스앤코로부터 출연 제의를 받았다. 에스앤코는 흡입력 있는 노래들을 선보이고 독보적인 미성을 가진 그가 신화 속 음악가 오르페우스 역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석은 오르페우스를 연기하면서 아내 에우리디케와의 관계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신한 아내를 용서하고 지하 세계로 구출하러 가는 오르페우스의 행동을 관객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물 사이의 맥락을 신경 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지 못했을 때 남자는 자책감을 가진다"며 "에우리디케가 떠난 것을 안 오르페우스는 배신감을 느끼지만 자신이 아내를 충분히 챙기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더 클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데스 타운'에서 가난에 시달리던 에우리디케는 악덕 자본가 하데스의 유혹에 넘어가 하데스 타운으로 떠난다. 에우리디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작곡에 매진하던 오르페우스는 하데스 타운으로 가 자신이 만든 노래로 지하 세계의 사람들을 감동시켜 아내를 되찾는다.
김민석은 오르페우스가 공감이 가는 인물이지만 자신과 상반되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오르페우스는 허세로 느껴질 만큼 자신감이 넘치고 사랑 등의 감정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인물이지만 인간 김민석은 가수로서 노래할 때나 일상에서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오르페우스는 기분이 좋으면 좋은 대로, 의심이 피어나면 피어나는 대로 표정과 몸짓에 나타나는 인물"이라며 "저는 원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어서 그의 내면을 여과 없이 표현해내는 연습을 많이 했다"고 밝혔다.
'하데스 타운'의 넘버 중 가장 매력적인 곡으로 김민석은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에게 자신의 꿈을 역설하는 '웨딩송'과 오르페우스가 뒤따르는 에우리디케와 함께 지상 세계로 향할 때 부르는 '의심이 찾아들어와'를 꼽았다. "내가 노랠 부르면 강물도 따라 부르고 막혀 있던 강둑을 열어 보물을 쏟아낸다"는 '웨딩송'은 사랑에 빠진 음악가의 강한 자기 확신을, "보잘것없는 날 그녀가 춥고 어두운 이 길을 따라오리라 믿었나"라는 내용의 '의심이 찾아들어와'는 한 번 배신을 당한 뒤 현실적으로 변한 오르페우스의 성격을 선명하게 전달해서다.
김민석은 "두 넘버는 오르페우스의 상반된 두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관계도 드러낸다"며 "오르페우스와 '하데스 타운'을 이해하는 데 핵심인 곡"이라고 설명했다.
신화 속 오르페우스가 음악의 신 뮤즈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것처럼 김민석은 클래식 애호가인 부모의 슬하에서 일찍부터 음악을 접하며 자랐다. 중학생 때는 이모인 소프라노 김희숙에게 성악 교육을 받기도 했다. '하데스 타운'의 무대에 선 지금은 뮤지컬 배우인 친동생 김우석(30)에게 조언을 받고 있다.
"음악인이자 뮤지컬 팬으로서 '하데스 타운' 출연은 행운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하데스 타운'과 뮤지컬 문화를 향유하길 바랍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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