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개시 땐 티메프 채무 동결
중소 판매업체 줄도산 우려
티메프 수년 전 완전 자본 잠식…청산해도 문제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가 자신의 사재를 털어 티메프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지 하루가 채 지나지 않아 티몬과 위메프가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미 자산과 채권을 동결하는 법원의 조치가 이뤄진 가운데 향후 피해 중소 판매업체들이 줄줄이 도산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9일 티몬과 위메프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양사는 대규모 환불 사태와 거래처 이탈 등으로 인해 자체적으로 재정 상황을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기업회생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서울회생법원은 신청 하루 만인 30일 티몬과 위메프의 자산과 채권을 동결하는 보전 처분과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렸다. 법원이 기업회생 개시 여부를 판단하고 기업을 청산하거나 계획안을 마련해 채권자 등의 동의 절차를 거칠 때까지 채권자가 회사의 채무 이행 등을 강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통상 법원은 기업회생 개시 여부를 한 달 안에 결정해야 하지만 두 회사가 ‘자율 구조조정 지원(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ARS) 프로그램’을 신청해 결정은 최대 3개월까지도 보류될 수 있다. 채권자들의 견해와 법원 판단에 따라서 최장 3개월간 회사와 채무자 간 자율 협의 절차를 거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빚 상환 여부 등이 합의되면 회생 절차를 취소하지만 협약 체결이 무산되면 3개월이 지나서야 다시 회생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당장 두 회사로부터 판매 대금을 정산받아야 하는 중소 판매업체들은 당분간 정산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됐다. 티몬과 위메프가 정산금을 지급해야 하는 판매자들은 최대 6만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대출 이자 등 지출에 비해 현금 유동성이 크지 않은 중소업체, 소상공인 특성상 이들이 정산 절차를 버티지 못하고 줄도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원이 티몬과 위메프를 청산하는 결정을 한다고 해도 판매자들이 정산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파악한 지난 5월 기준 두 회사의 미정산 금액만 2100억원에 이른다. 6, 7월분 미정산 금액 등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은 최대 1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티몬과 위메프에는 처분할 자산이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이미 수년 전 완전 자본 잠식에 빠졌다. 모회사인 큐텐도 사정은 비슷하고 ‘사재’를 털겠다고 공언한 구영배 큐텐 대표가 보유한 현금 역시 500억~600억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부가 저리 대출 등 5600억원 규모의 유동성 공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시간 벌기일 뿐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기존에 마련한 정부 지원책을 신속하게 집행하고 필요하면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구영배 회장과 티몬·위메프 경영진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29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에 전담수사팀을 꾸려 신속하게 수사할 것을 긴급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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