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유언에 日 국적 포기하고 한국 선택
허미미,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태극마크를 선택한 ‘독립운동가 후손’ 허미미(21·경북체육회)가 29일(현지 시간) 2024 파리올림픽 유도 57㎏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허미미는 30일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 드 마르스에서 열린 여자 57㎏급 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29·캐나다)와 6분 35초 동안 골든스코어(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끝에 반칙패를 당했다. 경기 후 허미미는 “(할머니에게) 오늘까지 유도 열심히 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허미미는 2002년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 도쿄에서 자랐다. 그는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도복을 입으며 중학교 때부터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중학교 3학년이던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 여자 52㎏급에서 우승했고 2018년에는 일본 카뎃유도선수권대회 같은 체급에서 준우승했다.
일본에서 탄탄대로를 달리던 2021년, 그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는 “손녀 미미가 한국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하길 바란다”고 유언을 남겼다. 이후 허미미는 한국행을 택했다. 한동안 한국·일본 이중국적자였던 그는 일본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인이 됐다. 그의 여동생 허미오도 경북체육회에서 함께 선수로 뛰고 있다.
허미미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였던 1918년 경북 군위군(현 대구 군위군)에서 항일 격문을 붙여 일제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른 허석 선생(1857~1920년)의 5대손이다.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은 허석 선생은 만기 출옥 후 사흘 만에 별세했고,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허미미가 독립운동가의 후손임을 밝혀낸 사람은 허미미를 한국에 데려온 김정훈 경북체육회 감독이다. 허미미가 한국 국가대표로 뛰기 위해 한국에 들어온 상황에서 관련 서류를 준비하다 허미미의 본적이 경북 군위인 것을 알게 됐다.
허미미는 2022년 태극마크를 다는 데 성공했다. 이후 그의 첫 국제대회였던 2022년 6월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그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올해 5월에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건 1995년 여자 61㎏급 정성숙, 여자 66㎏급 조민선 이후 29년 만이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