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초 제과점 상생협약 개정
반경 제한 500m→400m로 줄여
출점 점포 제한 2%서 5%로 늘려
프랜차이즈업계 “이제야 숨통”
 골목상권을 지키는 차원에서 2013년 도입한 ‘제과점업 상생협약’이 제정 11년만에 대수술에 들어간다. 그동안 동네빵집 반경 500미터 안으로는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출점이 제한됐는데, 이를 400미터로 완화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프랜차이즈 제과점의 출점 점포수 제한도 전년 연말 대비 2%로 묶었지만 이를 5%까지로 풀어 출점에 숨통을 열어준다.
29일 동반성장위원회 및 제빵업계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와 대형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대한제과협회 등은 내달 6일 만료되는 제과점업 상생협약을 5년 연장하기로 방향을 정하고 최종 문안을 조율하고 있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제과점업 상생협약’은 규제를 완화하기로 입장이 좁혀졌다”라면서 “앞으로 한두차례 회의를 거쳐 만료 전까지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제과점업 상생협약은 동네 빵집의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조치로 2013년 제과점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사실상 프랜차이즈 점포수 출점을 차단했다. 제과점업은 그후 2019년에 상생협약으로 전환됐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이 결과 파리바게뜨·뚜레쥬르 등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는 점포수가 줄어든 반면 개인이 운영하는 제과점은 점포 수가 크게 늘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1377개였던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지난해 1분기 1254개로 대폭 줄었다. 반면 개인이 운영하는 일반 제과점은 같은 기간 3143개에서 3218개로 늘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 1위인 파리바게뜨의 전국 매장 수는 2021년 3429였는데 지난해 3분기 3383개로 줄었다. 2위인 뚜레쥬르는 같은 기간 1298개에서 1321개로 소폭 늘었지만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반제품 상태로 본사에서 배송돼 팔기 때문에 빵값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면서 “‘동네 빵집’은 원재료 확보 등에서 협상력이 낮기 때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품이 많다”라고 전했다.
동네빵집으로 구성된 대한제과협회는 일정 수준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에 찬성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페와 편의점 등으로 빵을 파는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프랜차이즈 제과점과는 경쟁이 다소 완화된 측면도 작용했다. 실제로 이들 채널에서 판매되는 양산빵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7258억원에 그치던 양산빵 시장은 지난해 8497억원으로 커졌다.
파리바게뜨·뚜레쥬르가 정체된 사이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고 있는 것도 대한제과협회가 다소 완화된 입장을 보인 계기로 작용했다. 동반성장위에 따르면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빽다방빵연구소와 같은 신규 프랜차이즈 또한 출점 제한 브랜드로 추가될 계획으로 전해졌다. 대한제과협회 관계자는 “출점 제한 반경을 400미터로 줄이고 이를 2~3년 동안 시행해본 뒤 추가로 줄이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번 협약 개정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파리바게뜨의 경우 실제로 출점 제한 반경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전국 매장수가 3400여개에 달해 신규 출점이 어렵고, 뚜레쥬르는 20~30개 추가로 출점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프랜차이즈 빵집의 성장을 가로막는 ‘대못 규제’를 바로잡는 시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월 중순 동반성장위가 음식점의 출점 규제 대상에서 대기업 가맹점을 제외했지만, 제과점업은 여전히 규제 대상으로 남아 있어서 형평성 차원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제과점은 여전히 제빵 기능공이 직접 운영하고 있어 별도의 기능이 필요치 않는 음식점과는 구별된다는 의견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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