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서 이세영과 호흡…"반짝반짝하게 살아있는 장면 담겼죠"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저 정말 발음 좋아요? 아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지?"
통역사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사카구치 겐타로는 한국어로 또박또박 이런
인사를 건넸다. "여러분 아침 먹었어요?"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서 멜로 연기를 선보인 일본 배우
겐타로는 1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스태프와 소통
하기 위해서 한국어를 연습하다 보니 실력이 꽤 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그날그날 쓸 수 있는 한국어 단어와 표현을 적어도 하나씩이라도 외워가
는 게 목표였다"며 "촬영을 시작하거나 끝낼 때 무전기를 들고 스태프에게 한국어로
인사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떠올렸다.
"간단한 인사였어요. "수고하셨어요", "오늘 너무 추웠는데 내일도 화이팅할게
요" 등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말을 준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어가 늘었죠. (웃음)"
겐타로는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서 배우 이세영과 멜로 호흡을 맞췄다. 일본
유학 중이던 "홍"이 "준고"를 만나 애절한 사랑과 이별을 겪고, 5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재회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겐타로는 5년 전, 우연히 마주친 낯선 한국 여자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아
오키 준고를 연기했다. 겐타로는 "5년 동안 한 여자를 생각하는 남자"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그는 "다시 만날 기약이 없는데도 누군가를 5년 동안 사랑하는 일은 저로서는
불가능한 일인데, 준고는 소설가라서 달랐던 것 같다"며 "이별 후 소설을 쓰면서 추
억을 되살았기 때문에 긴 시간 동안 옛 연인을 잊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사랑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이별을 겪은 후에 고독
한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재회하는 이 일련의 과정을 영화가 아닌 긴 호흡의 시리즈
를 통해 보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0년 모델로 데뷔한 겐타로는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너와 100번째 사랑
", "남은 인생 10년", 드라마 "중쇄를 찍자!", "혼인 신고서에 도장을 찍었을 뿐인
데" 등에 출연하며 한국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다져왔다. 배우 서강준과 닮은 꼴로
주목받기도 했었다.
겐타로는 "작품 홍보 차 한국에 몇 번 왔었는데, 그때마다 "이렇게 사랑 받아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에 첫 한국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수
있어서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이라고 했다.
한국인 감독, 한국인 스태프와 함께하는 작품에 참여하겠다는 결심은 쉬운 결정
이 아니었지만, 겐타로는 "걱정했던 것과 달리 막상 연기하면서는 언어의 장벽을 크
게 느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께서는 일본 스태프의 섬세함을 강점으로 꼽아 주셨는데, 저는 되
려 한국 스태프 특유의 대담함에 큰 도움을 받은 것 같다. 기회가 온다면 한국 작품
을 또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랑에 대한 연기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신선함이 떨어지는 연기가 나올 수밖
에 없어요. 하지만 감독님은 반짝반짝하게 살아있는 장면들을 담고 싶어 하셨고, (
컷 전후로) 계속 롤을 돌리면서 순간적으로 나오는 저희의 자연스러운 표정들을 담
아주셨습니다. 섬세함과 대담함이 적절하게 섞여서 시너지를 낸 것 같아요."
촬영하면서 문화 차이를 느낀 적이 있느냐고 묻자, 겐타로는 "맛있게 드세요"라
는 인사가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답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밥 먹었냐고 물어보는 경우는 있어도, 밥 먹기 전에 하는 인
사는 없다"며 "한국 스태프와 밥과 관련된 인사를 많이 했는데, 아주 훌륭한 문화라
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겐타로는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장난기 섞인 특이한 "볼하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행사가 끝나고 제 이름을 검색해봤는데, 얼굴을 구기고 찍은 사진이 압
도적으로 많이 보여서 재밌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사실 저는 장난기가 많은 편"이라며 "현장에서도 재밌게 웃고 즐기고 싶
은 마음이 있어서 농담도 많이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한다"고
말했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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