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주택공급 확대 방안’ 발표 후 한 달이 지났으나, 서울 집값 상승 폭은 커졌다. 정부가 은행 대출 규제까지 강화하면서 집값 잡기에 나섰지만 매물 소진 속도가 떨어지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 수요가 늘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 오름 폭도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이 12일 발표한 ‘9월 둘째 주(9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23% 오르면서 2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름 폭은 전주(0.21%)에 비해 다소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8월 둘째 주 0.32% 뛰며 5년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후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8월 셋째 주부터 3주 연속 오름 폭이 줄었지만 이번 주부터 그 폭을 키웠다.

한국부동산원은 "최근 대출 환경의 변화와 가격 급등 피로감으로 매물 소진 속도가 둔화하고 있으나 일부 재건축 단지와 지역 내 신축 선호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계약이 체결되면서 전체적으로는 상승세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구별로 보면 서초구가 서초·반포동의 준신축 단지 위주로 0.44% 뛰면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호·하왕십리동의 선호 단지 위주로 오른 성동구가 0.41%를 기록해 그 뒤를 이었다. 또 송파구(0.35%), 용산구(0.34%), 광진구(0.34%), 강남구(0.31%), 마포구(0.29%), 영등포구(0.25%) 등의 순으로 상승 폭이 컸다.

수도권도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0.10% →0.13%)는 상승 폭이 커지면서 수도권 전체로는 0.14%에서 0.15%로 오름 폭이 커졌다. 인천(0.13%→0.10%)은 상승 폭이 줄었다.

수도권과 달리 아파트값이 떨어지고 있는 지방의 경우 이번 주 하락 폭은 0.01%로 지난주(-0.02%)에 비해 축소됐다. 이에 따라 전국 기준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주 0.06%에서 이번 주 0.07%로 확대됐다.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셋값 상승 폭도 커졌다. 수도권(0.14%→0.17%)과 서울(0.15%→0.17%)은 전셋값 상승 폭이 늘어났다. 서울의 전셋값 상승세는 69주째 이어지고 있다.

인천은 지난주(0.30%)보다 오름 폭은 줄었지만 0.26%로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 지역(0.09%→0.15%)의 오름 폭은 지난주보다 커졌다. 지방(0.00%→0.00%)은 보합 국면을 유지했다. 전국 기준 전셋값 상승률은 지난주 0.07%에서 이번 주 0.08%로 높아졌다.

한국부동산원은 "가을 이사철의 영향으로 역세권·신축·학군지 등 선호단지를 중심으로 대기수요가 증가하고, 매물 부족에 따라 오른 가격에 계약이 꾸준히 체결되면서 서울 전체 상승 폭이 소폭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권영선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대출 없이도 매매 가능한 수요자들 사이에서 고가 주택 위주로 신고가 거래가 이뤄져 상승 폭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 서울 아파트 호가가 떨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지금 안 사면 못 산다’라는 매수심리가 꺾인 것은 아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