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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의 전격 등판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우호지분 확보와 서린상사 경영권 장악 등을 통해 주도권을 강화하는 가운데 영풍이 MBK파트너스를 지원군으로 끌어들이면서 반격에 나섰다. MBK파트너스 측은 이번 주주 간 계약을 통해 영풍·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절반+1주를 확보한 데다 향후 공개매수를 진행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말 기준 영풍·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약 33.2%다. 이를 감안하면 MBK파트너스 측은 16.6%가량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추가로 고려아연 지분을 공개매수하는 데 성공한다면 MBK파트너스는 안정적인 지분율을 손에 넣어 확실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MBK파트너스는 "모든 주주를 위해 지배주주로서 책임과 권한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은 "지난 75년간 이어져온 두 가문의 공동 경영 시대는 이제 마무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3세까지 지분이 잘게 쪼개지고 승계된 상태에서 공동 경영은 적절하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MBK파트너스의 등판으로 현대차그룹과 LG 등 고려아연 우호세력으로 분류된 대기업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기업들이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다. 2분기 말 기준 최 회장은 1.8%, 최 회장 특수관계인은 13.8% 수준의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했다. 백기사였던 LG, 현대차그룹 등 우호지분은 15.1% 수준으로 평가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주 간 계약과 공개매수 과정에서 대기업 지분의 향방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MBK파트너스가 현재 지분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수할 경우 대기업들도 자사 주주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이번 공개매수와 관련해 MBK파트너스와 소통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씨 일가가 추가적인 백기사를 확보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지분율 경쟁은 영풍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씨 일가는 대규모 지분 취득에 쓸 수 있는 실탄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기존 주주들도 추가 지분 매입이 불투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MBK파트너스로선 반드시 50% 이상 과반 지분을 확보하지 않더라도 1대 주주 자리에 오르면 목적을 달성하게 된다.
70년간 '한 지붕 두 가족' 경영을 한 고려아연은 3세 경영을 시작한 2022년 말부터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장 고문 일가 측이 고려아연 지분을 33% 가까이 보유하고, (주)영풍이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 있는 가운데 최 회장 일가도 현대차와 LG, 한화그룹 등을 아군으로 확보해 간접적으로 지배력을 높여 대응했다.
양사 간 갈등은 지난 정기 주주총회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상정할 예정인 배당과 정관 변경에 대해 일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동업 관계를 이어온 고려아연과 영풍이 정기 주총에서 공식적으로 표 대결을 펼친 첫 사례다. 하지만 배당안은 참석 주주 62.7%의 지지를 받아 원안대로 통과됐고 영풍은 패배의 쓴맛을 봤다.
이후 영풍은 고려아연이 우호지분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경영권 독립을 꾀하자, '정관 위반'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영풍은 현대차그룹의 투자를 두고 고려아연이 3자에게 주식을 추가로 발행한 행위가 정관을 위배했다고 주장한다.
[조윤희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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