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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65)는 퇴직 후 부인과 함께 서울 근교로 내려가 귀농 생활을 시작했다. 오랜 직장 생활에 지쳐 있던 그는 매일 밭을 가꾸며 소박한 행복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허리에서 통증이 느껴졌고 며칠 후에는 걷기조차 어려울 정도가 됐다. 하반신 전체가 찌릿한 지경에까지 이르자 증상의 심각성을 깨달은 그는 병원을 찾았고 '척추관협착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그동안 밭일을 하면서 허리를 자주 굽혔다 폈다 한 것이 척추 건강을 악화시켰던 셈이다. 이후 A씨는 인근 한방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으며 회복에 전념했다.
한방의료기관(한방병원·한의원)에서 척추관협착증 치료를 받는 환자가 최근 10년 새 8배가량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방치료 등 통합의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10일 자생한방병원에 따르면 양명열 척추관절연구소 한의사 연구팀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국민환자표본(NPS) 통계를 활용해 연 1회 이상 한방 진료를 받은 척추관협착증 및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환자에 대해 한방의료 서비스 활용 추세를 분석했다. 그 결과 한방 의료기관을 찾은 척추관협착증 환자 수는 2010년 대비 2019년에 7.85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 중앙에 위치한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허리를 구부리면 일시적으로 척추관이 넓어져 통증이 줄어들기 때문에 구부정한 자세로 걷는 환자가 많다. 또 척추관협착증은 다리로 내려가는 신경이 압박을 받기 때문에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에 터질 것 같은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다리가 저리거나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도 동반될 수 있다.
글로벌 학술지인 'Journal of Clinical Medicine(IF=3.303)'에 게재된 최근 논문에 따르면 침·약침, 한약, 추나요법 등의 한방 통합치료는 척추관협착증 환자의 통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협착증 환자군의 ODI(허리 기능 장애지수)는 치료 전 45.72에서 치료 3주 뒤 33.94로 크게 낮아졌다.
심평원에 따르면 한방 의료기관을 찾는 요추추간판탈출증 환자 수도 2010년 대비 2019년에 1.36배 늘었다. 요추추간판탈출증은 흔히 '허리 디스크'라고 부르는 척추 질환이다. 척추 뼈와 뼈 사이에 있는 추간판(디스크)이 퇴행이나 외상성 손상으로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협착증은 걷거나 서 있을 때 통증이 악화되고 앉으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을 보이는 데 반해 요추추간판탈출증은 평소 통증이 느껴지다가 걷거나 서면 통증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자생한방병원 관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척추질환 환자들의 한방의료 이용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한의 통합치료에 대한 보장성과 접근성을 높여 척추 질환 환자들의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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