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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장기화한 의정 갈등을 풀 열쇠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뜻을 모았지만, 의료계 설득에 애를 먹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료계가 없으면 여야정 협의체 먼저 출범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정법을 쓰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의료계 반발이 이어지자 일각에서 제기된 협의체 '개문발차' 가능성에 선을 긋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여야 대표도 우선 의료계 설득 작업이 필수라는 점에 뜻을 함께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엇보다 의료계의 대승적 참여를 부탁드린다"며 "야당까지 포함된 협의체이므로 의료계 입장에서 충분한 발언과 논의가 보장된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7개월간 수차례 지적된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고 개방적이고 폭넓은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며 "의사들이 하루빨리 병원에 복귀하도록 하는 데 대화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의료계가 하루빨리 대화 테이블로 나와주길 바란다"며 "여야가 힘을 모아 해결책을 찾아가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2025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의료계 집단행동이 시작된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암 수술을 받은 환자가 전년 동기보다 1만1100여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른 곳보다 전공의 파업률이 높은 빅5 병원에서 수술 건수가 대폭 감소했다. 주요 대형병원들의 수술실 운영이 파행을 빚는 가운데 지방 환자들의 빅5 병원 쏠림 현상은 의정 갈등 여파에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6월 전국 상급종합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5만7244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만8425명)보다 16.3%(1만1181명) 감소한 수치다.
특히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암 수술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2~6월 빅5 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은 환자는 2만53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8924명)보다 29%(8392명) 감소했다. 최근 1년 사이 줄어든 암 수술 환자(1만1181명)의 75.1%(8392명)가 빅5 병원의 감소분이었던 셈이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암 환자에게 가장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수술"이라며 "1년마다 암 환자 8만명가량이 사망하는 상황 속에서 지난 5개월간 수술을 받은 환자가 대폭 줄었다는 것은 의료인들이 환자의 목숨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 6개월여간 이어진 의정 갈등으로 빅5 병원의 암 수술 건수는 대폭 감소했지만 지방 환자들의 빅5 병원 쏠림 현상은 여전히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을 찾은 지방 환자는 167만8067명이다. 이 중 99만4401명은 빅5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전체의 59.3%에 해당하는 셈이다. 서울에 위치한 상급종합병원 14곳만 놓고 봤을 때 빅5 병원 쏠림 현상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을 찾은 지방 환자는 128만9118명인데, 이 중 77.1%가 빅5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진료비 기준으로도 빅5 병원의 비중이 두드러졌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지방 환자가 서울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에 지불한 진료비는 2조3870억9400만원이다. 이 중 1조5602억7500만원이 빅5 병원에서 나왔다. 김미애 의원은 "큰 병에 걸려도 지역 거점병원에서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역의료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이유"라며 "모든 국민이 어디에서나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구축해야 빅5 병원 쏠림 현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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