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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건재한 ‘페이팔 마피아’
 페이팔 마피아. 핀테크 기업 페이팔의 창업자와 초기 구성원을 일컫는 말이다. 페이팔은 피터 틸과 맥스 레브친이 공동 설립한 콘피니티와 일론 머스크가 세운 X.com이 2000년 합병해 탄생했다. 경매 웹사이트 이베이를 고객으로 확보해 주목받았다. 온라인 결제 편의성에 눈을 뜬 이베이는 2002년 페이팔을 인수한다. 매각 자금을 나눠 가진 페이팔 초기 멤버들은 흩어진다. 그러고는 유튜브와 링크드인, 테슬라, 메타 등을 키워냈다. 실리콘밸리 부흥을 이끈 주역이 이른바 페이팔 마피아인 셈이다.
‘뉴욕 옵저버’ 등에서 편집자로 일하던 저자 지미 소니는 페이팔이 인재 사관학교가 된 배경을 짚어본다. 수백 건의 인터뷰와 수십만 장에 달하는 내부 문건을 토대로 페이팔 창업 과정과 초기 운영을 추적하며 답을 찾는다. 저자는 페이팔 역사의 모든 순간에 ‘도전’과 ‘갈등’이라는 키워드가 있었다고 말한다. 페이팔 초기, 사업은 순탄하지 않았다. 낯선 개념을 고객에게 설득하는 일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일이었고, 해커와 사기꾼 등 디지털 세계 속 위협이 이어졌다. 도전의 연속이었다. 엑시트 후에도 도전은 계속됐다. 피터 틸은 팔란티어를 설립했고 맥스 레브친은 어펌홀딩스를 만들었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로 세상을 뒤흔들었다.
페이팔 사내 문화는 협력보다 ‘갈등’에 가까웠다. 책은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맥스 레브친의 말을 인용해 “페이팔의 경영진 회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지만 생산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책은 일반적인 경제 서적이 아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뻔한 내용은 없다. 섣부른 조언도 없다. 덤덤하게 페이팔 마피아들이 처했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이유는 무엇인지 인터뷰와 문헌을 토대로 설명한다. 700쪽에 육박하는 덤덤한 서술을 읽다 보면 그 속에서 묵직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저자는 “페이팔의 시작과 관련된 질문을 던지며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다 보니, 이 이야기가 얼마나 간과됐는지 알 수 있었다”며 “어떤 이야기보다 풍성하고 흥미진진하다”고 강조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6호 (2024.09.11~2024.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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