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끌려갔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이 가자지구에서 숨진 채 발견되자 이스라엘에서는 가자 전쟁 이후 최대 규모 시위가 열렸다. 외신에 따르면 최소 70만명이 거리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시간) 텔아비브, 예루살렘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는 가자지구 전쟁이 일어난 이후 최대규모의 시위가 진행됐다. 이스라엘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은 미국 CNN 방송에 적어도 70만명이 시위에 나섰으며 텔아비브에서만 55만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시위 규모가 텔아비브에서 약 30만명, 전국적으로 50만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텔아비브 주요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질 피살의 책임을 지고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기도 했다.

인질 가족들은 "휴전 협상이 지연되면서 인질 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권력 유지에만 관심이 있고 공감 능력은 없다"고 비판했다.

예루살렘에서는 시위대가 총리실을 에워쌌다.

80만명의 회원을 가진 최대 노동운동 단체 히스타드루트(이스라엘 노동자총연맹)는 휴전 협상 압박을 위해 2일 총파업을 진행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국기와 인질 석방의 의미를 담은 노란색 깃발, "죽음의 정부에 반대한다"고 쓰인 피켓 등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총파업에는 운송, 유통, 행정 등 분야 주요 노동단체가 참여했다.

정권 내부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CNN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은 1일 내각회의에서 "나는 부상자를 홀로 남겨두지 않는다고 배웠다"며 "이건 도덕적 수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인질이 살아있기를 바란다면 시간이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권 내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인질 석방을 위한 총파업에 대해 "하마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법무부에 긴급 가처분을 신청했다.

외신들은 이 같은 시위가 가자 전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다"면서도 "이번 시위가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움직임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고 네타냐후 정권을 전복하고 새로운 선거를 요구하는 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비극이 어떤 면에서는 1972년 발생한 뮌헨 올림픽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며 "향후 수년간 이스라엘에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네타냐후 총리는 입장이 여전히 확고하지만, 그가 정치적 생명 연장을 기대고 있는 연정은 취약하다"며 "갈란트 장관이 사임하거나 시위가 더 격화된다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