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첫 세종학당 ‘최우수 교원’ 딜바르씨
카자흐 학당서 한국어 배워
현지 학생 가르치는 교사로
한국 예능에 익숙한 학생들
‘369 게임’ 등 수업에 활용
게임교수법으로 장관상 수상
“카자흐 학생들 최대 난관
한글 쓰기 교재 집필할 것”
![세종학당 ‘최우수 교원’으로 선정된 바이마간베토바 딜바르. [사진 제공 = 세종학당]](https://wimg.mk.co.kr/news/cms/202409/02/news-p.v1.20240826.4594cea0a27045ad8b52474e4969b230_P1.jpg) “카자흐스탄의 한국어 학습 열풍에 힘을 보탠 것 같아 뿌듯함을 느껴요.”
카자흐스탄 출신의 바이마간베토바 딜바르씨(28)가 ‘최우수 한국어 선생님’으로 선정됐다. 지난달 초 문화체육관광부와 세종학당재단이 개최한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에서 그는 세종학당 최우수 교원으로 뽑혀 문체부장관상을 받았다. 외국인이 최우수 교원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체부 산하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재단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85개국에 248개 세종학당을 운영 중이다. 주카자흐스탄 세종학당에서 처음 한국어를 접했다는 바이마간베토바는 이제 같은 곳의 교단에 올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매일경제와 만난 그는 “한국어를 처음 배운 2014년엔 한국 문화나 케이팝이 지금처럼 유명하지 않았다”며 “강남스타일이 한국 노래인 것도 몰랐고, 사실 한국과 일본을 잘 구분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당시 카자흐스탄 대학에서 중국학을 전공하던 그는 친구의 권유로 세종학당 수업을 들은 뒤 한국어의 매력에 빠졌다. “케이팝이 아닌, 한국어 자체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공부를 시작했어요.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으면 잔잔한 음악을 듣는 듯한 기분이었고 마음이 진정됐죠.”
한국학으로 전공을 바꾼 그는 같은 전공으로 대학원까지 졸업한 후, 세종학당에서 카자흐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5년차 한국어 교사인 그는 “카자흐어는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주어, 목적어, 동사 순으로 말한다”며 “카자흐 사람들은 첫 진입장벽만 넘으면 생각보다 빠르게 한국어를 배운다”고 했다.
바이마간베토바가 꼽는 최대 진입장벽은 한글이다. “완전히 다른 문자인 데다 한글의 받침은 카자흐 사람들이 처음 접하는 개념이다 보니 학생들이 많이 어려워해요. 한국 문화를 더 알고 싶어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러 왔다가도, 너무 생소한 말과 글이라 초기에 포기하기 쉽죠.” 그는 “단계가 올라가면 한국어 원어민 교사에게 배우는 것이 좋겠지만, 처음엔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를 잘 아는 카자흐 선생님이 가르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한국어 학습에 대한 열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는 다양한 게임을 수업에 활용한다. “이젠 한국 예능 프로그램에 익숙한 카자흐인들이 많아요. 예능에 나오는 게임을 수업시간에 사용해보니 효과적이었죠. 예를들어 숫자를 가르칠 땐 ‘369 게임’을 같이 하고, 이름표 뜯기나 단어 카드 게임도 하고 있어요.” 문체부는 학습자들이 어휘나 문법 등을 재미있게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게임 교수법’을 높이 평가해 그에게 장관상을 수여했다.
최근 카자흐스탄에는 한국어 학습 열풍이 불고 있다. 바이마간베토바가 입학할 당시 한국학과 전공생은 4명에 불과했으나 현재 매년 20명이 입학한다. 카자흐스탄에는 알마티 알파라비 카자흐스탄 국립대, 알마티 카자흐스탄 국제관계대 등 7개 대학에 한국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다. 세종학당 외에 사설 한국어 학원도 등장했다. “카자흐 사람들은 주로 케이팝을 통해 한국에 관심을 갖게 돼요. 그런데 의료기술이 발달했고 화장품도 좋다고 하니 자연스레 한국 여행까지 이어지죠. 20·30대 뿐 아니라 50·60대까지 한국 여행을 가겠다며 세종학당을 찾아와요.”
바이마간베토바 씨의 목표는 한글 교재 집필이다. “카자흐어로 된 한글 쓰기 교재를 아직 못 봤어요. 영어로 된 교재는 있지만 다른 언어를 거쳐서 공부하면 더 어려울 수밖에 없죠.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카자흐 사람들을 위해 직접 교재를 만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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