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8일 연 ‘RWD 기반 고가 의약품 성과 평가’ 심포지엄에 참가한 패널들이 토의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코로나19 유행 시 무작위배정임상시험, 실험실 내 실험 데이터뿐 아니라 실제임상증거(RWE)를 활용해 위원회 의사 결정을 지원했다.”
지난달 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개최한 ‘실제임상데이터(RWD) 기반 고가 의약품 성과 평가’ 심포지엄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선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 반다나 아이아 굽타(Vandana Ayyar Gupta) 과학 자문위원은 코로나19 유행 당시 영국의 실제임상증거 활용 사례를 공유하며 RWD의 중요성과 잠재력을 이같이 설명했다.
굽타 자문위원에 따르면, NICE의 의사 결정이 이뤄질 때는 이미 코로나19의 배경과 신규 변종, 인구 백신 접종 수준이 변화해 무작위배정임상시험의 효용성이 빠르게 떨어졌다. 이에 굽타 의원은 무작위배정임상시험과 실험실 내 실험 데이터뿐 아니라 RWD를 활용해 얻어낸 의학적 활용 근거인 실제임상증거(RWE) 연구를 통해 위원회의 의사 결정을 지원했다는 설명이다.
굽타 자문위원은 “영국 일반의 진료 약 40%를 커버하는 1차 진료 전자 건강 기록 데이터를 활용했다”며 “이 데이터는 코로나 치료제인 소트로비맙과 팍스로비드로부터 얻은 두 가지 주요 임상 시험 결과를 업데이트하는 데 썼고, 새로운 변종에 대한 지속적인 효과도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굽타 의원은 이어 “(RWE는) 몰누피라비르(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의 제한적인 유익성을 보여주는 파노라마 임상시험 결과도 뒷받침했다”며 “결정적으로 파노라마 임상시험에서 제외될 것으로 생각됐던 고위험군까지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굽타 위원에 따르면, RWD는 새로운 진단 테스트나, 예측 테스트, 새로운 운영 시스템이 치료에 미치는 영향까지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영국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RWD를 분석한 RWE 활용이 크게 늘었다.
굽타 자문의원은 “IQVIA가 작성한 NICE의 단일 기술 평가 그래프에 따르면, 신규평가의 약 80퍼센트를 실제 임상증거가 뒷받침하고 있다”며 이 밖에도 영국 항암제 기금의 RWE 활용 사례를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그는 “영국 항암제 기금은 암 치료제의 자금이 나오는 곳으로, 2016년에는 항암제 기금의 증거를 생성하는 데 RWE를 활용했다”며 “2021년에는 항암제 기금의 기능을 가져다가 암 이외에도 미충족 수요가 있는 질환을 다루는 혁신 의약품 기금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교 효과 연구 같은 광범위한 사용에서는 실례가 부족해 RWE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굽타 위원의 설명이다. 
특히 데이터 체리 픽킹(자기 논증에 유리한 사례만 선택하는 논리 오류)이나 데이터 드레징(의미있는 결과를 찾기 위해 데이터를 지나치게 분석하는 것)과 같은 위험은 실제 임상증거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트릴 수 있고, 무작위배정임상시험과는 달리 실제 연구에서는 사전에 구체화한 임상시험계획서가 존재하지 않아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도 데이터 문제 발생 가능성과 기술 연구, 비교 효과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편향 위험 등을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았다.
굽타 자문위원은 “NICE에서는 편향을 막기 위해 연구를 비판적으로 평가하지만 보고된 실제임상증거는 투명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개발자가 적절한 데이터소스를 식별하는 노하우나 연구질문을 뒷받침하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노하우가 부족할 수 있고, 데이터 요청을 하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게 되기까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를 공정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전문 지식과 역량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국 NICE는 RWD를 ‘엄격히 통제한 임상시험환경 밖에서 모은 환자 건강·치료데이터’로 정의 내렸다. 환자 경험 데이터, 영상 데이터, 진단·기록·실험실 데이터, 서비스 평가나 감사에서 얻은 데이터, 이 밖에 의료기기나 소셜미디어에서 가져온 환자가 스스로 만든 데이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실제임상증거(RWE)는 실제임상데이터로부터 뽑아 올린 증거를 말한다. 여기에는 RWD를 활용해 약물의 효과, 치료법, 질병이 진행하는 양상 등을 연구해서 얻은 증거가 있다. 보기를 들면, 실제임상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약물이 실제 환자 집단에서 얼마나 효과적인지, 어떤 부작용이 발생하는지를 연구한 결과가 실제임상증거다.
					이창용 기자 admin@hkn24.com※위 기사는 이데일리의 제휴기사로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헬스코리아뉴스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