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지표에 이어 소비지표에서도 미국 경제의 연착륙 시그널이 확인된 가운데, 이제 시장의 눈길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입에 쏠린다. ‘8월 티턴산의 계시’로 불리는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오는 23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이 어떤 발언을 내놓을 지에 따라 시장은 또 한 번 출렁일 수 있다. 현재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이 9월 기준금리 인하 개시를 위한 발판을 다질 것이라 보고 있다.

Fed에 따르면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주최로 오는 22~24일 열리는 잭슨홀 심포지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파월 의장의 기조연설이다. "경제 전망"을 주제로 한 파월 의장의 연설은 미 동부시각으로 23일 오전 10시, 한국시간으로 오후 11시부터 진행된다.

매년 이맘때 개최되는 잭슨홀 심포지엄은 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 총재, 재무장관, 경제학자 등이 모여 세계 경제와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그간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거물급 인사들이 이곳에서 쏟아낸 발언은 "티턴산의 계시", "잭슨홀 컨센서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을 뒤흔들어 왔다. 금융 위기 당시 벤 버냉키 Fed 의장의 양적완화 선언이 이뤄진 장소도 바로 잭슨홀이다. 2022년에는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강경 발언을 쏟아내며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는 등 이른바 ‘파월 쇼크’가 확인되기도 했다.

특히 파월 의장의 올해 연설은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전 마지막 공식 연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이 주목하는 9월 금리 인하 폭은 물론, 향후 인하 속도 등까지 가늠할 수 있는 힌트가 나올 수 있는 자리인 셈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이날 Fed가 9월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75%이상 반영 중이다. 이달 초 고용쇼크 직후 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한때 80%대까지 치솟았던 빅컷(0.5%포인트 인하) 전망은 이날 25%까지 내려갔다.

이는 이번 주 잇달아 공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기대인플레이션 등 물가지표가 예상보다 둔화한 데 이어, 이날 나온 소매판매 지표도 미 경제 연착륙 시그널을 가리킨 데 따른 것이다. 미국 경제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력을 보여주는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1% 증가해 예상 밖 호조를 보였다. "유통 공룡" 월마트 실적 역시 기대치를 웃돌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음 주 예정된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은 이달 초 확산했던 경기침체 우려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른다. 다만 Fed 당국자들로부터 연일 신중한 결정을 강조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는 만큼, 9월 금리 인하 폭은 같은 달 6일에 나오는 8월 고용보고서를 확인한 이후 좀 더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파월 의장은 Fed의 임무인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을 두고, 고용에 더 무게를 두겠다고 밝힌 상태다.

한편 예상을 웃돈 소비 지표로 침체 공포가 완화하면서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1~2%대 상승 마감했다. 호실적을 내놓은 월마트의 주가는 6%이상 뛰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