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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정상에 오른 박태준(20·경희대)은 오른발잡이다. 하지만 경기장에서는 오른발·왼발을 가리지 않는다. 세계에서 태권도를 가장 잘하는 선수가 되기 위해 오른발·왼발 발차기를 100만번 넘게 한 그는 '한국 축구의 살아 있는 전설' 손흥민처럼 양발잡이가 됐다. 그리고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타이밍에 한 박자 빠른 양발 공격을 퍼부은 그는 한국 선수 최초로 올림픽 남자 58㎏급 금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을 누렸다.
박태준은 지난 14일 매일경제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양발을 사용하는 게 내게 엄청난 무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초등학교 때부터 오른발과 왼발을 모두 연습했다. 아무리 못해도 100만번 넘게 발차기를 해본 것 같다"며 "이번 대회에서 오른발이 나가야 하는 타이밍에 왼발로 공격해 상대가 당황하는 게 느껴졌다. 나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만들어준 오른발과 왼발에 정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왼발을 곧잘 쓰던 박태준이 진정한 양발잡이로 변신한 건 지난해 여름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파리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천적이자 대표팀 선배인 장준을 지난 2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넘어서야 한다고 판단한 그는 왼발을 오른발만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스탠스에서 양발 위치를 바꾸는 변화까지 가져갔다. 사소한 변화처럼 보이지만 오른발잡이가 왼발이 아닌 오른발을 앞에 두고 경기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스탠스가 달라지면 스텝, 발차기, 수비 등 모든 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박태준 역시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기대한 만큼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박태준은 이를 악물고 훈련에 매진했다. 노력의 결과는 달콤했다. 장준을 제압하고 파리행 출전권을 따낸 그는 파리올림픽에서 세계 최고 선수로 거듭났다.
박태준은 "상대 전적 6전6패로 크게 밀리던 장준 선배를 양발 공격과 스탠스로 무너뜨린 뒤 엄청난 자신감을 얻게 됐다. 양발잡이가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느껴 이때부터 더 열심히 훈련했다"며 "1년간 피나는 노력으로 양발 공격과 수비라는 내 필살기가 생겼다. 힘과 수비적인 부분에서 아직 부족하다고 느끼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계속해서 보완해 2028 로스앤젤레스(LA) 대회와 2032 브리즈번 대회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어보겠다"고 강조했다.
양발을 모두 사용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한국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이다. 박태준은 오른발과 왼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해 상대 수비수들을 쉽게 따돌리고 어느 각도에서나 슈팅을 날리는 손흥민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축구를 보면 한쪽 발만 사용하는 선수들보다 양발잡이들이 훨씬 더 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손흥민 선수가 양발 슈팅을 앞세워 수많은 골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왼발 발차기 연습을 더 열심히 했다"며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훈련을 하다 보니 조금씩 자연스러워졌다. 일상생활에서는 여전히 오른발이 편하지만 태권도 경기장에서만큼은 양발잡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생애 처음 출전하는 올림픽 무대에 대한 긴장감과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박태준은 "원래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신기하게도 전혀 떨리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너무 좋고 빨리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편안했다"면서 "열심히 노력한 내게 하늘이 선물을 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마지막 경기까지 자신 있게 치른 덕분에 금메달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박태준은 태권도 선수를 꿈꾸는 대부분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선수들이 자신을 롤모델로 삼는 것에 대해서는 엄청난 힘이 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한 개 딴 것에 불과한데 태권도계에서 너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아직 부족한 게 많고 채워 나가야 하는 게 많다"며 "누군가의 롤모델이 된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모범을 보이는 선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경희대 정을진 감독과 신경현 코치, 전문희 한성고 총감독, 이대훈 전 국가대표 등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감격을 맛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너무 좋은 지도자들을 만난 행운아"라고 말했다.
경희대 태권도부 소속인 박태준은 동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다고도 밝혔다. 그는 "파리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학교 동료들이 엄청난 힘을 줬다. 밤낮으로 응원해준 것에 대해서도 정말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동료들에게 제대로 보답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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