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우버이츠 배달원과 같은 "긱 워커"(gig worker·초단기 노동자)를 대상으로 최저임금제 적용, 유급휴가 인정 등 처우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1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올해 안에 긱 워커들을 "노동자"로 간주하는 새 지침을 공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최저임금과 유급 휴가를 보장받지 못했던 긱 워커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긱 워커는 기업과 아웃소싱 계약을 맺고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일회성 업무를 수행하는 프리랜서를 의미한다. 아마존·우버이츠 배달원, 웹 디자이너, IT 엔지니어, 단순 데이터 입력 업무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그동안 일본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긱 워커 규모가 급격히 늘어났다. 일본 공익재단법인 NIRA종합연구개발기구와 오쿠보 도시히로 게이오대 교수가 공동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업으로 긱 노동 경험이 있는 일본인은 약 275만명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일본의 근로기준법이 고용계약에 근거해 일하는 사람을 노동자로 규정하고 있어, 업무위탁계약에 따라 노동을 제공하는 긱 워커는 최저임금 적용 및 유급휴가 부여 대상에서 배제돼온 점이다. 기업과 직접적인 고용 계약 관계가 아니더라도 본질적으로는 업무 지시가 이뤄지는 구조임에도 긱 워커의 재량권이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후생노동성은 인공지능(AI)이나 알고리즘에 의한 배달 경로 설정 등 업무 지시도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지휘 감독 행위로 간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닛케이는 "기업의 부담은 커지겠지만, 일본 근로자들의 임금이 전체적으로 상승하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긱 워커와 회사 간 계약이 더 쉽게 성사되고 더 많은 일을 발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인구 감소로 인한 기업들의 인력난 문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발 앞서 긱 워커를 활용한 서비스가 활성화됐던 유럽과 미국은 일본보다 먼저 이들에 대한 법적 보호망을 구축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차량 호출 앱·배달앱 등 온라인 플랫폼 종사자 권리 개선을 위해 "플랫폼 근로 지침(PWD)"을 마련한 바 있다. 긱 노동자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EU가 마련한 첫 법적 가이드라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앱 운영자로 하여금 긱 워커에게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하고 특정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하는 법령을 제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