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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를 피할 순 없어도 느리게 맞이할 수는 있다. 정제 탄수화물, 단순 당, 알코올 등 해로운 음식을 피하고 혈당지수(GI·혈당을 올리는 속도)가 낮은 잡곡밥, 채소, 견과류 등을 섭취하는 게 방법이다. 이것이 요즘 건강 관리 트렌드로 자리 잡은 '저속노화'다. 특히 잡곡밥이 저속노화 식단의 핵심이다
잡곡밥이 몸에 좋은 이유는 혈당지수가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과 경희대가 발간한 '한국인 다소비 탄수화물 식품의 혈당지수와 혈당부하지수'를 보면 한 그릇(210g) 기준, 대표적인 잡곡밥인 보리밥의 혈당지수는 21.5로 쌀밥(69.9)보다 현저히 낮았다. 혈당지수가 55 이하인 식품을 '저당 식품'이라고 한다. 또 잡곡의 식이섬유는 장내 유산균을 활성화해 면역 기능을 향상시키고, 당분 흡수를 지연해 급격한 혈당 상승을 방지한다.
즉석 잡곡밥은 집밥 트렌드로 인기다. CJ제일제당이 2022년 출시한 '햇반 곤약밥'은 지난 5월 기준 누적 1000만개를 판매했다. 이러한 수요에 힘입어 CJ제일제당은 올해 '서리태 흑미밥'과 곤약밥 '렌틸콩퀴노아 곤약밥' '병아리콩퀴노아 곤약밥' 등 신제품 3종을 출시했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의 국내 햇반 매출에서 곤약밥, 솥반, 저단백밥 등 웰니스 즉석밥 제품군의 비중은 6.3%로 전년 동기 대비 2배가량 늘었다.
오뚜기도 잡곡밥 매출이 매년 성장세다. 전체 즉석밥 중 잡곡밥의 매출 비중은 현재 약 15%를 차지한다. 후발주자인 하림도 올해 초 '더미식 찰보리밥'과 '더미식 보리쌀밥'을 출시했다. 더미식 관계자는 "건강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맛과 영양이 모두 뛰어나면서 조리가 쉬운 잡곡밥 라인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잡곡밥이 누구에게나 건강한 것은 아니다. 식이섬유가 많아 소화 기능이 떨어지거나 과민성대장증후군을 가진 사람에겐 복부 팽창, 가스, 복통 등을 유발할 수있다. 식이섬유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20~25g이고, 잡곡 100g에는 평균 5~8g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고 알려졌다.
양기영 인천한림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지나친 식이섬유 섭취는 철, 칼슘, 아연 등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적절히 먹어야 한다. 잡곡은 흰쌀보다 단단해서 오래 씹어 삼켜야 하니 치아가 좋지 않은 사람도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퀴노아, 통밀 등은 칼륨이 많아 신장 질환자가 피해야 하며 심장병 환자도 섭취 전 전문가와 상의하라"고 조언했다.
잡곡밥을 보다 건강하게 섭취하려면 물에 충분히 불려 최대한 부드럽게 만든 후 밥을 짓는 것이 좋다. 또 압력솥밥이나 솥밥으로 먹으면 잡곡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김보람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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