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창업기업 투자 유치 부진...서울대·KAIST도 평균 5억 미만
교수직 포기 못하는 개인사정, 사업성 낮은 기술, 지분 이전 강제 등 원인
“교수님, 창업 성공을 위해서는 교수직을 내려놓을 각오도 하셔야 합니다. 가능하시겠어요?”
“아니요. 아무리 그래도 교수를 그만 두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 저희도 투자를 집행하지 않겠습니다. 발표 잘 들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서울대학교 정문 [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408/13/news-p.v1.20240630.3b45d19e21db44fd89d9ac71c3794f00_P1.png) 교수가 창업한 기업이 투자 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정적인 교수직을 포기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이유와 함께, 사업성이 낮은 아이디어 창업이나 회사 지분을 학교에 강제로 내야 하는 학교 규정 등이 주된 원인이라는 게 벤처캐피탈(VC) 업계 의견이다.
이 같은 현상은 창업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서울대와 KAIST 교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13일 매일경제가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의뢰해 받은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대·KAIST 교수 창업기업은 총 90곳이었는데, 이들이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액은 400억6100만원에 불과했다. 창업기업 1곳 당 5억원이 채 안되는 셈이다. 오랫동안 기술을 개발해 창업한 것치고는 매우 적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창업기업 수는 늘고 있는데 투자유치 금액은 들쑥날쑥이다. 지난 2019년 서울대와 KAIST 교수가 창업한 기업은 18곳이었는데, 투자유치는 현재까지 49억100만원에 불과했다. 2020년엔 22곳이 창업했는데 투자유치는 29억6000만원이었고, 2021년엔 23곳이 창업해 182억8900만원을 투자받았다. 2022년엔 27곳이 창업해 현재까지 39억1100만원 투자를 유치했다.
이에 대해 VC 업계에선 기술이 현실과 괴리된 경우가 많다는 걸 이유로 꼽는다. 우수한 기술이지만 사업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규제 때문에 전면적인 사업 진행이 어렵거나, 아이디어는 좋은데 이용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VC 관계자는 “교수들은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한 검증된 기술력이 장점이지만 연구과제와 사업 사이엔 간극이 있는데, 이를 공감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때문에 사업성과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기업가치를 원할 때가 많다”고 꼬집었다.
교수 창업 시 학교에 일정 부분 회사 지분을 넘겨줘야 하는 관행도 투자가 힘든 원인으로 지적된다. VC 업계에 따르면 통상 5~10%의 회사 지분을 학교에 제공해야 한다. 황보제민 KAIST 교수는 “그래도 KAIST는 상호 협의를 통해 3%까지 비율을 낮출 수 있다”면서도 “반면 다른 대학 교수들은 회사 지분을 상당히 많이 넘겨야 해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황보 교수는 32억원 투자를 유치한 로봇 기업 ‘라이온로보틱스’의 창업자기도 하다.
교수 창업기업 15곳에 130억원 이상 투자한 VC 퓨처플레이 관계자는 “학교 소속 교수이기 때문에 연구에 대한 성과 등에 대한 지분 관계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런 업무 경험을 해보지 않은 교수들 입장에서는 창업 과정 자체의 벽을 느끼는 경우도 많아 학교나 액셀러레이터가 도움을 주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안정적인 교수직을 내려놓지 못하는 교수 본인도 문제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한 VC 관계자는 “교수 창업기업 기업설명회(IR)에서 우리가 창업자인 교수에게 ‘교수직 포기하실 수 있겠습니까’라고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그럴 수 없다’고 답한다”고 밝혔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창업 성공을 위해서는 ‘올인’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하는데, 안정적인 교수직을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 투자 유치 난항의 가장 큰 이유”라며 “교수뿐만 아니라 학교 측에서도 관심을 갖고 교수 창업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교수가 창업을 한다해도 투자를 많이 유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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