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음을 노래하는 과정에서 즉각적으로 변주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테너 기반의 이지리스닝 보컬 매력을 보여주고 싶어요.”
가수 유채훈(35)의 이유있는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그의 맑고 티없는 고음의 목소리만큼이나 목표 역시 높게 치솟았다. 지난 5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유채훈이 신곡 소개와 더불어 음악관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줬다.
유채훈은 이날 세 번째 미니앨범 ‘스푸마토(Sfumato)’를 발매했다. ‘스푸마토’는 색과 색의 윤곽을 흐릿하게 하는 미술 용어로 ‘스푸마토’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경계선 없이 보여주겠다는 의미를 앨범 타이틀에 담았다. 유채훈은 “이번 앨범은 이전보다 힘을 덜고 좀 더 편안하게 들을 수 있게 만들었다. 기존의 팬들도 ‘유채훈에게 이런 톤이 있네’하며 좋아해주실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이틀 곡 ‘여름시’(夏詩)는 누구나 했을 그 여름 사랑을 시처럼 노래한 곡으로,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인다. 잔나비, 라포엠과 작업하며 음악성을 인정받은 권지수가 작곡에 참여해 한층 더 완성도를 높였다. 유채훈은 “사운드가 웅장하거나 가창력이 많이 보여지는 곡이 아닌 이지리스닝의 노래를 우선했다. 이번만큼은 최대한 많은 분들이 내 음악에 대해 위화감없고 편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끔 작업했다”고 신곡을 소개했다.
유채훈은 이날 이지리스닝과 편안함을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 분석을 많이 해봤다. 음원 차트를 살펴 보니 타이틀 곡보다 수록곡 중 이지리스닝 계열 곡이 더 많은 스트리밍수를 기록하고 있었다”며 ‘여름시’가 신보 타이틀곡이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유채훈은 “A&R 관계자에게 ‘여름시’가 타이틀곡이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며 남다른 열정을 드러냈다.
아무리 이지리스닝이어도 테너의 장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유채훈은 ‘여름시’ 작업에 대해 “프로듀서님과 처음엔 가성으로 하기로 했다가 노래를 계속 듣고 만지다보니 본의 아니게 곡 말미에 가서는 고음으로 갔던 것 같다. 하지만 편한 느낌의 고음역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외에 비장하면서도 웅장한 장사익의 대표곡을 리메이크한 ‘찔레꽃’, 시원한 팝록 사운드의 ‘저니(Journey)’, 감성적인 얼터록 사운드의 ‘드림(Dream)’, 도시에 대한 애정을 노래한 ‘도시음’까지 5곡 모두 유채훈의 보컬과 감성으로 연결돼 있다. 유채훈은 “내 음악 정체성은 클래식이 기반이지만 어떤 장르와도 크로스오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걸 노래하게 됐을 때 테너 출신의 장점을 살려 고음 보컬로 즉각 변주되는 노래를 선보이고 싶다”고 거듭 테너 출신 보컬리스트로서의 매력을 어필했다.
유채훈은 지난 2020년 방송된 JTBC 경연 프로그램 ‘팬텀싱어3’ 우승팀 라포엠 출신이다. 하지만 그의 크로스오버 팀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크로스오버 그룹 ‘어썸’ 출신이다. 결과적으로 팀은 해체했고 실패 수순을 밟았다. 유채훈은 “어썸 시절 많이 힘들었다. 음악을 접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팬텀싱어3’ 타이밍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힘든 시기를 잘 견딜 수 있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경험이 많이 도움됐다”고 기억했다.
2022년 첫 미니 앨범을 발매 후 벌써 솔로 아티스트 데뷔 3년차다. 그는 단독 공연을 자신의 곡으로 채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해했다. 유채훈은 “내 곡이 15곡이나 있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욕심 내보자면 대중적으로 히트하는 내 곡이 더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바랐다.
유채훈은 팬들과의 소통, 즉 콘서트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는 “사실 콘서트 하고 나면 참 허무하고 공허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껴지는 팬들의 사랑과 응원은 그것들을 잊게 할 만큼 큰 힘이 된다. 공연을 통해 내 음악적 매력을 더 많은 걸 보여드리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채훈은 오는 10~11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2024 유채훈 단독 콘서트-스푸마토’를 개최한다.
끝으로 유채훈은 “나는 아직 보컬리스트에 불과하다. 작곡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내 노래 내가 쓰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40세 되기 전에 내 이름으로 쓰여진 곡들로 앨범을 채우고 싶다”고 야무진 포부를 남겼다.
[지승훈 스타투데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