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총포화약법 개정 추진
도검소지 허가 때 정신질환 등 서류제출 의무화
지난 국회서도 9건 발의... 법사위서 발목
경찰, 도검 8만2641정 전수 점검
 최근 서울 은평구에서 벌어진 ‘일본도 살인 사건’ 등 흉기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면서 총포·도검 관련 범죄에 대한 사회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 도검 관리 강화 법안이 잇따라 발의돼 관심이 쏠린다.
앞서 제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법안들이 발의됐지만 도검 관리 강화에 여야가 합의하고도 임기 만료로 법안이 폐기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만 관련 법안 발의해 이목을 끈 뒤 법안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 일부개정안은 지난 7월부터 8월 2일까지 총 4건이 발의됐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8월 2일 은평구 일본도 살인 사건과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아야 한다며, 총포화약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총포뿐만 아니라 도검·화약류·분사기·전자충격기·석궁의 소지 허가를 받을 때도 정신질환 또는 성격장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관련 서류 제출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총포·도검·화약류·분사기·전자충격기·석궁을 소지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신청인의 정신질환 또는 성격장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관련 서류 제출은 총포 소지 허가를 받으려는 경우에만 요구된다. 때문에 도검 소지 허가신청 과정에서 경찰이 정신질환 치료 경력 등을 조회하는 데 그쳐서는 ‘확실한 안전망’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임 의원의 설명이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도 7월 31일 도검·총포 중 가스발사총·화약류·석궁을 소지하려는 사람은 정신질환·성격장애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신체 검사서를 제출하고, 이를 5년 마다 의무적으로 갱신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 31일 발의한 총포화약법은 특정강력범죄·아동성폭력범죄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형의 집행 종료 이후 10년 동안 총기 등을 소지할 수 없도록 결격사유를 강화했다. 동시에 도검·석궁 소유자에 대해 3년 마다 정신 질환 여부를 검증할 수 있도록 갱신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7월 22일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제조업 허가, 소지 허가·보안책임자 면허의 결격사유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자도 포함하도록 명시하는 법안을 내놨다.
사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미 총포화약법은 도검·총포 범죄가 발생할 때 마다 발의됐었기 때문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총 9건의 관련 법안이 제출됐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해당 법안들은 지난해 6월 70대 남성이 주차 시비 끝에 도101㎝ 일본도를 휘둘러 이웃을 살해한 사건과 2018년 8월 경북 봉화군에서 민원 처리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이 총기를 난사한 사건 등을 계기로 제출됐다.
이후 지난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송재호 민주당 의원·김용판 국민의힘 의원 안을 통합·조정한 법안을 내놔 여야 이건 없이 처리되는가 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혀 자동 폐기됐다. 제22대 국회가 개원한 후 여야가 신속하게 법을 정비하겠다며 뒤늦게 입을 모으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지난 7월 29일 서울 은평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칼날 약 75㎝, 손잡이 약 40㎝의 일본도로 이웃 주민을 살해한 백 모 씨(37)가 8월 1일 구속됐다. 백 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전후로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이) 없다”며 “나라를 팔아먹는 김건희와 중국 스파이를 처단하기 위해 이 일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백씨는 지난 1월 호신·장식 목적으로 도검을 소지하겠다고 신고해 경찰로부터 허가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8월 말까지 소지 허가받은 도검 8만2641정에 대한 긴급 전수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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