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2관왕 도운 친형 오상민
전경기 분석해 장·단점 파악
맞춤 훈련으로 자신감 회복
“은퇴까지 고민했는데 부활
세계 1위 때보다 더 강해져“
◆ 2024 파리올림픽 ◆
 부상 여파와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올해 초 은퇴까지 고민했던 오상욱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괴물 검객’의 모습을 되찾게 된 배경에는 전 펜싱 선수 출신인 친형 오상민 씨와의 맞춤 훈련이 있었다.
오상욱과 구본길, 도경동, 박상원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대41로 제압하고 3연패를 달성했다. 오상욱은 개인전에 이어 단체전까지 정상에 오르며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오상욱은 펜싱계에서 알아주는 연습벌레다. 파리올림픽을 50여일 앞둔 지난 5월까지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아 고민이 컸던 오상욱은 한달에 4일 밖에 없는 휴가 기간에도 펜싱장을 찾아 훈련에 매진했다.
진천선수촌이 아닌 외부에서 훈련할 때마다 오상욱을 도운 게 친형 오상민 씨다. 오상욱이 펜싱을 시작했을 때부터 옆에서 지켜본 이가 오 씨인 만큼 동생이 부탁할 때마다 모든 일정을 제쳐두고 훈련을 함께 했다.
발목과 손목 부상 여파에 부진이 길어지면서 자신감이 하락한 오상욱의 경기력을 어떻게 하면 끌어올릴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한 오상민 씨는 공격에 앞서 주춤하는 것을 발견했다. 오상민 씨는 “올해 출전한 동생의 거의 모든 경기를 분석했던 것 같다. 경기를 자세히 보니 잠깐의 망설임 없이 공격을 퍼붓던 동생의 장기가 전혀 발휘되지 못하고 있었다”며 “훈련에 앞서 동생과 현재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경기력이 좋았던 2019년의 공격법을 다시 익히기로 했다. 연습에 매진한 오상욱은 곧바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지난 6월 아시아선수권대회 2관왕에 오르며 자신감을 회복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상욱을 깨운 형의 한 마디는 ‘네가 마음먹고 공격하면 아무도 막을 수 없다’였다. 한동안 자신의 공격이 계속해서 막혀 자신감을 잃었다는 것을 깨달은 오상욱은 이를 악물었다. 공격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하자고 마음먹은 오상욱은 조금씩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되찾아갔다.
이때 오상욱은 10년 넘게 고수했던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고 최신 펜싱 트렌드에 맞춰 변화를 주기도 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한 발 빠르게 먼저 움직이는 ‘발 펜싱’이라는 기존 필살기에 단순했던 공격과 수비 패턴을 다양하게 가져가자 오상욱은 펄펄 날았다. 그는 공격과 수비, 경기 운영까지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며 파리올림픽 2관왕을 달성했다.
오상민 씨는 “올해 초 은퇴까지 고민하던 동생이 올림픽 개인전과 단체전 정상에 오르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펜싱에 미쳐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훈련에 매진한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며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던 2019년보다 현재 경기력이 더 좋아 보인다. 진화를 거듭한 오상욱은 이제 어떤 상대와 맞붙어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는 진정한 괴물 검객이 됐다”고 설명했다.
친형을 놀라게 만든 오상욱의 신기술도 있었다. 예상보다 0.5초 빠르거나 늦게 공격하는 변칙 스텝이다. 오상민 씨는 “패턴이 단순하면서 정직하게 공격하던 선수가 오상욱이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완전히 달라졌다. 공격과 수비에서 반박자의 변화를 가져가 수많은 점수를 따냈다. 내가 상대 선수였다면 펜싱 스타일이 크게 달라져 깜짝 놀랐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상 트라우마를 떨쳐내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상민 씨는 “2020 도쿄 대회 이후 발목과 손목을 다쳤는데 또 부상을 당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오상욱이 한때 정상적인 경기를 하지 못했었다. 웬만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동생이 부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걱정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더욱 더 적극적으로 스텝을 밟는 동생을 보고 곧 좋은 시간이 올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값진 결실을 맺었다. 힘든 시간을 극복하고 다시 세계 챔피언이 된 동생이 정말 대견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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