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달 말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대(對)중국 반도체 추가 통제 조치에 인공지능(AI) 기술 구현에 쓰일 수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국 기업에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당국이 중국에 AI 메모리 칩과 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에 대한 접근을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다만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라며 "규제 조치는 8월 말까지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새 반도체 규제 조치가 시행된다면 HBM3, HBM3E를 비롯해 HBM2 이상의 최첨단 AI 메모리칩과 이를 만들기 위한 장비의 중국 납품이 제한된다. HBM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같은 AI 칩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다. HBM 시장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3개 업체가 지배하고 있다.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해 중국 제재를 받으면서 중국에 HBM 제품을 납품하고 있지 않은 만큼 새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권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들어갈 전망이다.

미국 당국이 한국 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어떤 규정을 들이밀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블룸버그는 해외직접제품규칙(FDPR)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시했다. FDPR이란 미국 밖 외국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미국산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미국 정부가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여기에 미국 당국은 미국 기술이 약간이라도 사용됐을 경우 수출 통제 조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제로 미소기준(zero de-minimis rule)을 주시 중이다. 지금까지 미국 동맹국들은 이 기준의 예외로 적용돼 왔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케이던스디자인시스템,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같은 미국기업의 설계 소프트웨어, 장비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가속기와 묶음으로 제공되는 반도체의 중국 판매도 규제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인 H20 칩에 HBM3를 공급하고 있는데 H20 칩은 현재 중국 기업에 대한 판매가 허용돼 있다.

이번 새 조치에는 여러 종류의 반도체 장비에 대한 제한도 포함될 예정이다. 다만 미국 당국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한국, 일본, 네덜란드 등 핵심 동맹국은 예외로 둘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주로 미국 기업이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120개 이상의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도 새 조치에 포함됐다.

블룸버그는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추가 조치가 중국 D랩 반도체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의 기술 발전을 막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는 2016년 처음 상용화된 HBM2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