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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이 단기 정책금리를 인상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에서 비롯됐던 '슈퍼엔저'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한 지 4개월 만에 또다시 금리를 올렸는데, 지나친 엔저가 수입 물가를 통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31일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를 현재 0~0.1%에서 0.25%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상으로 일본 단기금리는 2008년 12월 (0.3%) 이후 15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역사적 엔화 약세로 물가가 예상 이상으로 상승하면 침체가 계속되는 개인 소비를 더 끌어내릴 수 있다"며 "지속적·안정적으로 2%의 물가 목표를 실현하려면 금리를 추가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연초만 해도 달러당 140엔대 수준이던 엔화값은 7월 초 160엔대 초반까지 하락하는 등 슈퍼엔저 현상이 이어졌다. 특히 엔저는 수입 물가를 자극해 전반적인 물가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일본은 에너지와 관련해서는 100% 수입국인데, 특히 이 부문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엔저를 막기 위해 일본 정부는 적극적으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4~5월 9조7000억엔에 이어 7월 11~12일에는 5조5348억엔을 투입했다. 올해에만 15조엔 이상이 엔저 방어에 쓰인 셈이다. 엔저를 촉발하는 배경으로는 미·일 금리 차이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가 거론된다. 이는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미국에 투자하는 것으로 외환시장에서는 '엔 매도·달러 매수'의 거래를 하게 된다. 이번 금리 인상 전까지만 해도 양국 정책금리는 일본은 연 0~0.1%, 미국은 연 5.25~5.50%로 큰 차이를 보였다. 외환시장에서는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를 지난해 말 기준으로 137조5000억엔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 소식에 달러당 엔화값은 요동치고 있다.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3엔 가까이 상승했던 엔화값은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 발표 무렵 152엔대에서 151.6엔대까지 올랐다가 다시 153.6엔대로 내려가는 등 비교적 큰 변동성을 보였다.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슈퍼엔저가 마감되고 엔화값이 추세적 상승세를 보일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특히 일본과 미국의 향후 금리 변화가 엔화값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에다 총재는 지속적인 금리 인상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일본 정책금리가 최근 0.5%를 넘은 적이 없다는 지적에 "경제·물가의 흐름이 일본은행 전망에 따라 움직이면 계속 금리를 올릴 생각"이라며 "0.5%의 벽에 대해서는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방향성도 중요하다. 7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인하되지 않더라도 인하의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한다면 엔화값은 추세적인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번 금리 인상은 가계 소비 회복에 부정적이라는 시각이 많지만, 엔저가 해소될 경우 오히려 물가에 부담을 줄여 긍정적 효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 역시 나온다. 오히려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는 국가부채 이자가 더 걱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국가부채는 지난 3월 말 기준 1297조엔에 달한다.
이날 일본은행은 지난달 회의에서 논의한 장기 국채 매입액 감축 규모도 밝혔다. 기존 월간 6조엔에서 2026년 1분기에 절반 수준인 3조엔으로 줄이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2013년 대규모 양적 완화를 시작해 올해 3월 말 시점에 국채 발행 잔액의 53%를 보유하는 등 사실상 장기금리도 통제해왔다. 감축 계획을 밝힘으로써 장기금리에도 점진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 강세를 보였음에도 원화 강세폭이 커지면서 100엔당 원화값이 900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이날 100엔당 원화값은 장 초반엔 907.88원을 찍었지만 오후 들어 900~901원대로 되돌아갔다. 오후 3시 30분 현재는 900.88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달러당 원화값은 전장 대비 8.8원 오른 1376.5원에 거래를 마쳤다. 6월 13일(1373.9원) 이후 48일 만에 최고 수준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강세가 선반영되면서 일본은행 회의 당일엔 불확실성이 해소돼 일부 되돌림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를 감안하면 추가 금리 인상이 빠르게 이뤄지기 어렵다"며 "한국이 하반기에 금리를 내리면 원화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920~930원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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