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개표 확인 절차 무시되고
곳곳서 투표방해 행위 일어나
서방국가들 “부정선거 의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카라카스에서 3선 성공에 기뻐하며 두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이날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80% 가량 개표한 결과 마두로 대통령이 51.2%의 득표율로 1위를 기록했다”며 그의 당선을 공식화했다. [AFP=연합뉴스]](https://wimg.mk.co.kr/news/cms/202407/29/rcv.YNA.20240729.PYH2024072915280034000_P1.jpg)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투표 출구조사 결과와 180도 다른 최종 개표 결과가 나오면서 투표 마감이후 당선 발표까지 ‘6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6시간 넘게 실시간 개표 상황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자정을 넘어선 이튿날 0시 10분께 “개표율 80% 기준 득표 추이상 마두로 대통령이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베네수엘라의 독재자가 오염된 선거에서 승자로 선언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날 투표는 부정 행위로 가득 찼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개표 예정 시간과 실제 개표 사이의 6시간 동안 베네수엘라에서는 종이 개표 결과가 봉인됐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디지털 집계를 기반으로 개표 결과를 발표하지만, 최종 결과는 종이 투표지를 손으로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전국의 개별 투표소에서 정부 인사인 선거 관리인이 해당 과정을 통솔하고, 야권이나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선거 참관인이 이를 감독한다. 참관인들은 최종적으로 결과를 열람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NYT는 적지 않은 투표소에서 선거 관리인들이 참관인들에게 종이 개표 결과를 전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수도 카라카스에서 가장 큰 투표소인 라파엘 나폴레옹 바우트 학교에서는 참관인의 종이 개표 확인 과정이 무시됐다. 제2의 도시인 마라카이보에서는 지역 유력 정치인들조차 투표소로부터 종이 개표 결과에 대한 접근을 거부당했다.
이날 소셜미디어(SNS) X(엑스)에서는 복면을 쓴 남성들이 투표소에서 투표함을 훔쳐 나가는 듯한 영상이 공유되기도 했다.
야권은 선거 조작을 위한 증거 인멸이라고 주장한다. 선관위는 3선에 성공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장악한 상태다. 종이 개표 결과가 없으면 야당이 선관위의 디지털 개표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전 국회의장은 “전체 종이 개표 결과의 40%만 확보했다”며 “여기에서는 (야당 후보인) 곤살레스 우루티아의 득표율이 70%로 나타난다”고 밝혔다.
선거 과정에서도 부정 행위로 볼 수 있는 장면이 다수 포착됐다. 동부 마투린에서는 오토바이를 탄 무리가 투표소 대기줄에 접근해 총을 쐈고, 시민 1명이 부상을 당했다. 카라카스의 한 투표소에서는 신원 미상의 남성들이 시민들의 투표소 진입을 막으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국의 많은 투표소가 예정된 시간에 문을 열지 않았고, 투표 기계가 멈췄다면서 중간에 투표를 중단하는 투표소도 있었다. 선거 당일 지정 투표소를 사전 안내 없이 변경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동이 어려운 고령층 등 시민들은 투표를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선거 기간 여론조사 결과는 내내 우루티아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를 점쳤다. ‘마두로 심판론’이 우세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민들이 투표소에 가지 않는 것만으로 마두로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올라갈 수 있다.
엘비스 아모로소 베네수엘라 선관위원장은 ‘6시간 의혹’에 대해 “선거 데이터 전송 시스템에 대한 ‘공격’으로 개표 결과가 지연됐다. 법무장관에게 ‘테러 행위’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전국 투표율이 59%라고 주장했지만 사실 확인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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