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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금리 하락세는 최근 한달 새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3년 만기 국채금리가 연 3.2% 밑으로 내려선 데 이어 지난 13일 연 3.1%대도 깨졌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고 지적했지만 하락세를 멈추지는 못했다. 국내외 경제지표가 발표된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가 더욱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금리 인하 기대 확대
29일 3년물과 5년물 금리가 연 2%대까지 하락한 데에는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외국인이 금리 하락에 적극적으로 베팅한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에선 Fed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의 개인소비지출(PCE) 지수가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확대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그동안 금리를 너무 빨리 낮췄을 때 초래될 위험과 너무 늦게 낮췄을 때 초래될 위험을 비교해 따져왔다”며 “이제 고민을 끝내고 조만간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 채권시장 일각에선 Fed가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 스텝’을 밟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4.75∼5.0%로 0.5%포인트 내린다고 예상한 금리 선물 투자자는 13.8%로 일주일 전(4.1%)보다 세 배 이상 높아졌다. 조지 곤칼브스 미쓰비시UFJ파이낸셜(MUFG) 거시 전략가는 “9월까지 경제 지표가 더 악화된다면 Fed가 선제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대는 미국 국채금리에 반영되고 있다. 전 거래일 미 국채금리는 10년물이 0.048%포인트 하락해 연 4.195%를, 2년물이 0.054%포인트 내린 연 4.385%를 기록했다. 한국의 국채금리가 미국 국채금리에 연동되면서 동반 하락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된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기대가 커진 것도 외국인들이 한국의 채권시장에 유입되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기재부 관계자는 "9월 편입 가능성은 50:50"이라며 "WGBI에 편입되면 자동으로 한국 국채를 사야하는 외국인들이 미리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9월 WGBI 편입이 결정되더라도 실제 편입 시기는 내년 4월이기 때문에 현재 국채금리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역성장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 국채금리를 낮추는 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한은에 따르면 2분기 GDP 성장률은 -0.2%(속보)로 집계됐다. 1분기 1.3% 성장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 역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시장의 예상 범위였던 -0.2~0.2%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성장이 둔화되면 금리 인하를 통한 부양의 필요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최근 국채금리 하락에 일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장기 성장률이 하락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장기 투자에 나서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은 "시장기대 과도"…일시적 오버슈팅 가능성도
문제는 과도한 금리 하락이 가계부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채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채 금리도 동반 하락하면서 이를 지표로 삼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현상이 집값을 자극하거나 가계부채를 확대한다면 기준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채금리 하락폭이 과도하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금통위 분위기를 고려하면 시장의 기대가 지나치다고 본다"며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기준금리 인하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공공요금 등이 상승하면 물가 불확실성이 자극될 가능성도 있다"며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2%에 진입하는 것은 일시적 현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시장참가자는 "한국 딜러들은 연 3.1% 밑에서는 3년물을 매수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외국인만 공격적으로 국채를 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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