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전도사’ 혜주 스님
코로나 이후 힘들어하는
전세계 MZ, 명상에 관심
美유학 중 교통사고 후
행복·감사 소중함 깨달아
![자비명상 전도사인 혜주스님이 지난주 서울 중구 매일경제 본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https://wimg.mk.co.kr/news/cms/202407/29/news-p.v1.20240720.9ce8199cf4014b29a39e938a800fc431_P1.jpg) “미국에선 요즘 ‘멘탈 하이진(mental higiene·정신 위생)’ ‘마인드 하이진(mind higiene·마음 위생)’이라는 말을 많이 써요. 건강을 위해 손을 잘 씻는 것처럼 마음도 자주 위생을 챙겨야 한다는 뜻이죠.”
맑고 깨끗한 피부에 앳된 목소리는 영락없이 ‘대학생이냐’는 반응을 끌어낸다. 정작 출가한 지 25년, 마흔 넷의 나이라니 깜짝 놀랄 수밖에. 최강 동안의 비결을 묻자 “출가하면 된다”며 밝게 웃는다. ‘자비명상’ 전도사 혜주스님이다. 동국대 WISE캠퍼스 교수이자 진관사 명상센터장인 그는 여름 학기엔 장충동 캠퍼스에서 외국인 학생 20여명에게 명상 수업을 가르치고 있다.
“2016년부터 했는데, 그땐 미국과 아시아권에서 많이 왔어요. 올해는 미국뿐 아니라 노르웨이, 헝가리 , 영국, 리투아니아, 호주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왔어요. 더 놀란 것은 명상하고 온 친구들이 많다는 거예요.“
MZ들이 명상에 빠진 것은 비단 한국 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스트레스가 많아서 다스리고 싶다는 친구들이 많아요. 코로나 이후 너무 힘들어해요. 사회와 연결감을 만들고 감정과 정서를 조절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고 충동적인 행동이 나온다고 해요. 불안해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구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2’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10대 주인공의 주된 정서를 차지하면서 정체성을 뒤흔드는 이야기다. 내 안의 ‘불안이’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불안은 미래에 대한 생각 때문에 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현재를 사는 것이지요. 걱정되고 불안하면 심장이 빨리 뛰고 손에 땀이 나겠죠. 자꾸 그 감각에 집중하면 더 불안해지죠. 그때는 다른 여러 감각에 주의를 돌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령 ‘내 두 발은 안정적이네’ 같은.”
그는 “운동도 꾸준히 계속 해야 하는 것처럼 명상도 체화될 때까지 습관적으로 해야 한다”며 “저도 출가하면 여러 감정에서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출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계속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스님은 유치원 꼬마 때부터 명상을 즐겨 하던 아이였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절에서 생활하고, 108배도 매일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울 옥수동 미타사에서 출가했다. 동국대 불교학과, 중앙대 유아교육과 석사, 위스콘신대에서 박사를 밟았다.
그가 자비라는 말에 더 꽂힌 것은 6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이 크게 작용했다. 첫해는 영어나 생활 때문에 너무 힘들었고 논문 쓸 때는 교통사고를 당해 1년간 누워만 있어야 했다.
“유학 생활이 제 삶을 바꿔놓았어요. 그때 깨달은 것이 모두가 힘들구나 였어요. 힘든 세상에서 필요한 게 뭘까. 그건 자비였어요. 자비란 연민과 동정심, 자존감과도 달라요. 나와 타인을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자 슬픔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지요.”
우리보다 먼저 명상 열풍을 맞이한 미국에선 긍정의 힘을 키우는 연구가 한창이다.
“부정적인 것을 제로(0)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제로에서 플러스 10으로,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있지요.”
스님은 부정적인 감정에 쏠릴수록 삶은 더 고통에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자비, 친절, 사랑, 감사, 기쁨, 행복, 평화, 공감…. 이쁜 단어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명상도 생각 대로 보아지는 것입니다. 고통을 제대로 인정하되, 그것에 자유로울 수 있어야지요.”
스님이 즐겨하는 ‘자비명상’은 집중 명상인 사마타 명상의 하나다. “어머니에게서 받은 사랑의 느낌을 바라보며, 그걸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고 그 다음 사이가 안 좋은 사람부터 주변 모두에게 보내는 명상이지요. 그 안에서 모두가 하나로 연결돼 있고 누구를 미워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비로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멈추고 바라보고, 미소 짓기. 그게 자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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