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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50ｍ를 남겨 놓고 턴했을 때는 사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그래도 마지막 터치패드를 찍고 관중석을 봤더니 태극기를 든 분들이 환호하고 있는 걸 봤어요. 그때 '아, 해냈다'고 생각했죠."
28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라데팡스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수영 자유형 남자 400ｍ 결승 경기를 마친 뒤 동메달을 목에 건 김우민은 감격에 젖은 듯했다. 이날 결승에서 3분42초50을 기록해 루카스 메르텐스(독일·3분41초78), 일라이자 위닝턴(호주·3분42초21)에 이어 3위에 오른 그는 연신 "행복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지난 3년 동안 준비했던 게 생각났다. 노력의 결실을 메달로 보상받은 것 같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고생 끝에 이룬 성과에 흘린 '기쁨의 눈물'이었다.
김우민은 2021년에 열린 도쿄올림픽 이후 눈부시게 성장해 한국 남자 수영 간판급 선수로 거듭났다. 2022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ｍ에서 6위에 올라 세계 정상급 기량을 과시한 그는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3관왕, 2월 도하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ｍ 금메달로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김우민의 급성장은 피나는 자기 노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2022년 4월 처음 경험한 호주 전지훈련을 통해 처음 자신의 수영에 눈을 떴다. 당시 수영대표팀 내 특별 전략 육성 선수단 멤버로 경험한 호주에서의 6주간 훈련을 통해 시야가 한층 넓어졌다.
이후 매년 초 진행한 대표팀의 호주 전지훈련에서 김우민은 자신감을 쌓았다. 훈련량은 어마어마했다. 매일 하루 10시간 넘게 14㎞ 거리로 물살을 가르고, 사이클 훈련 등 강도 높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했다. 김우민은 "구토가 나올 정도로 훈련 강도가 셌다. 아마 다시 하라고 한다면 못할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뙤약볕 아래서 진행한 훈련에 피부도 검게 그을렸다. 그래도 세계 정상급인 호주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기량을 쌓아갔다. 자신의 왼 손목에 새긴 오륜 마크를 보면서 파리올림픽 메달에 대한 꿈도 영글어갔다. 이정훈 수영대표팀 총감독은 " 강도가 올라가는 데도 우민이는 큰 어려움 없이 이겨내는 게 눈에 보일 정도다. 편안하게 훈련량을 버티고 있다는 건 김우민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김우민이 각종 국제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내면서 훈련지였던 호주에서 그를 견제하는 일도 벌어졌다. 호주수영연맹이 지난 4월 외국인 선수의 호주 내 훈련을 금지하는 방침을 발표했는데, 이 감독은 "김우민의 체력과 상승세를 호주에서 견제한 조치 같다"고 말했다. 또 올해 호주 전지훈련 때 김우민을 지도했던 마이클 펄페리 호주 대표팀 코치가 올림픽을 앞두고 "김우민의 메달을 기대한다"고 덕담했다가 호주수영연맹에서 징계를 받을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자신 있게 올림픽에 나섰던 김우민에게 위기도 있었다. 예선에서 전체 7위에 그쳐 상위 8명이 뛰는 결승에 가까스로 진출했다. 김우민은 예선을 마친 뒤 "오전에 경기해 몸이 안 올라왔다.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예상 밖 부진에 결승에서 배정받은 레인도 경쟁자들의 물살 저항을 많이 받는 1번 레인이었다. 그럼에도 차분하게 대처한 김우민은 결승 레이스 내내 2위권을 유지했고,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는 꿈을 이뤘다.
김우민은 "예선 때 몸이 좋지 않아 부진했지만, 코칭스태프에게서 '너를 믿고 수영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초반 상대의 작전에 말려들지 않고 페이스를 유지해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예선을 힘들게 통과해 자극도 받았다. 초반부터 앞서 나가는 게 내가 추구하는 유형의 수영인데 끝까지 잘 버텼다"고 돌아봤다.
김우민은 앞서 두 차례 올림픽(2008·2012년) 수영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를 따낸 박태환에 이어 한국 선수로 두 번째 올림픽 수영 메달을 따는 기록을 세웠다. 개인 종목인 자유형 400ｍ 메달 꿈을 이룬 김우민은 이제 다음 목표를 향해 역영을 준비한다. 30일에 열릴 계영 남자 800ｍ가 그 무대다. 김우민은 "수영 경기 첫날에 내가 메달을 따서 다른 선수들도 충분히 자신감과 용기를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 또 하나의 기적을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파리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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