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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 대마는 뇌전증 같은 신경 질환과 수면 장애 등에 대한 효과가 확인됐습니다. 해외에서 합법화된 만큼 국내에서도 합법화해야 합니다."
함정엽 네오켄바이오 대표(57)가 28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2020년 경북 안동이 의료용 대마 산업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산업화가 시작됐다"며 "하지만 이후 규제 완화 속도가 느려 한국보다 시작이 늦었던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되레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함 대표가 2021년 창업한 네오켄바이오는 의료용 대마인 '헴프(Hemp)'에서 '칸나비디올(Cannabidiol·CBD)' 성분을 추출하는 독자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헴프는 환각 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이 0.3% 미만인 대마로, 마약으로 쓰이는 마리화나(THC 0.3% 이상)와 구분된다. 네오켄바이오는 국내 규제가 곧 완화될 것이란 희망을 갖고 CBD를 추출해 제약사와 식품·화장품업체 등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연구소 책임연구원인 함 대표는 2018년에 한 민간인에게서 대마 소재 분석을 의뢰받았다가 의료용 대마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네오켄바이오는 원천 기술 가치와 의료용 대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창업 2년여 만에 약 1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현재 농장은 안동에, 본사는 서울바이오허브에 각각 위치해 있다. 함 대표는 "헴프에서 추출한 CBD는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중독성·환각성이 없는 것으로 입증됐다"며 "뇌전증(간질) 치료 외에도 수면 유도, 피부 개선, 염증 완화 등 다양한 효능이 있어 해외에선 이미 의약품, 건강기능식, 화장품 등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US에 따르면 전 세계 CBD 관련 시장 규모는 연평균 27% 성장해 2032년엔 970억달러(약 1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용 목적으로의 대마 사용을 합법화한 나라는 미국, 캐나다, 독일 등 56개국에 이르며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연구 목적의 재배·실험만 허용될 뿐 아직 CBD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시판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함 대표는 "이대로 있으면 한국만 잠재력 높은 CBD 시장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BD가 쓰이는 대표적인 분야는 뇌전증 치료제다. 영국 GW파마슈티컬스가 CBD로 만드는 오리지널 약 에피디올렉스는 1인당 약값이 연간 4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현재 한국에선 대체 치료 수단이 없다고 입증하는 소견서를 제출해야만 특정 기관(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을 통해 수입한 에피디올렉스를 구입할 수 있다.
네오켄바이오는 특허받은 마이크로웨이브 설비를 활용해 CBD를 추출해서 만든 원료를 국내 제약사에 공급해 에피디올렉스의 제네릭(복제약)을 저렴하게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함 대표는 "우리가 가진 독자 기술로 CBD를 추출해 국내에서 제네릭을 만들면 약값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재 헴프 생산부터 CBD 추출, 원료 제조까지 할 수 있는 공장을 설계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임상시험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치료제 역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시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함 대표는 "2022년 식약처가 발표한 규제 혁신 100대 과제에서 의료용 대마 성분의 국내 제조를 허용하기로 했지만 이후 후속 조치가 없다"며 "현재까지 대마 성분은 수입한 완제품에 대한 판매만 허가되기 때문에 사업 리스크가 크다"고 호소했다. 이어 "당국의 발표를 믿고 수년간 사업을 이어온 기업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함 대표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는 기존 법률 내에서 최대한 생존할 방안을 모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며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 아시아 1위 의료용 대마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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