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美’ 알리는 사진작가 겸 호텔리어 백승우씨
2014년 오바마 대통령 방한
한국 소개할 책 요청했지만
마땅치 않아 직접 집필 나서
“30년 한우물파니 어느새 작가
궁궐해설사·불어 자격증도 따”
![백승우 작가가 창덕궁 돈화문 앞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https://wimg.mk.co.kr/news/cms/202407/28/news-p.v1.20240722.0e32cbde7ee646a9ac0a5a3a707d2638_P1.jpg) “일본인 친구가 건넨 낡은 캐논 카메라 하나가 삶의 경로를 뒤바꿔놨죠.” 22년 전 그랜드하얏트 서울의 재무 담당 상무로 근무하던 백승우 작가(65)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일만 하지 말고 취미를 가져보라’며 친구가 건넨 오래된 가죽 가방에는 30년 된 카메라가 들어있었다.
계산기와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가락은 어느새 카메라 셔터의 촉감에 익숙해졌다. 취미로 시작한 사진은 그의 또 다른 직업이 됐다.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전시회에 선보인 그의 작품은 전시 첫날 완판됐다. 최근엔 한국 궁궐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영문 사진집을 출간했다. 하얏트 인터내셔널 아시아퍼시픽에서 한국담당으로 재무를 총괄하고 있는 ‘사진 찍는 호텔리어’ 백 작가를 매일경제가 인터뷰했다.
회의와 야근, 출장으로 가득 찬 직장인의 일상에 취미를 위해 할애할 시간은 많지 않았다. 백 작가는 매일 출퇴근길로 출사를 나갔다. “약수동 집에서 남산까지 왕복 두 시간 정도를 매일 걸어서 출퇴근했어요. 출근길 풍경을 찍고 또 찍었죠. 하루에 100장, 일주일에 500장, 1년에 2만 5000장씩 10년을 찍다 보니 어느새 전문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에 글을 곁들여 2013년 첫 포토에세이집 ‘약수동 출근길’을 출간했다.
2016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라 캐피탈 갤러리(La Capital Gallery)’ 초청 전시회에서는 18점의 작품을 출품해 한국 사진작가로서는 처음으로 전 작품이 전시 첫날 모두 완판됐다. 이듬해엔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BOA 갤러리(The Gallery BOA)’에서 초청 개인 사진전을 열었고, 라 캐피탈 갤러리에 재초대를 받아 한 달간 개인전을 개최했다. 이후 매년 파리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에서 그룹전과 개인전에백 작가는 참여하고 있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백 작가는 한국의 미를 알리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룸서비스로 한국에 관한 책을 달라고 해서 급히 직원을 서점으로 보냈어요. 그런데 추천할만한 책을 찾기 어렵더군요. 음식이나 여행 정보를 정리해둔 책은 있어도 한국인의 삶과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책은 없었죠.”
이후 백 작가는 한국의 풍경과 문화를 소개하는 사진과 글을 개인 페이스북에 매주 올렸다. “호텔리어로 일하다 보면 한국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왜 생일엔 미역국을 먹어야 하는지, 왜 누군가 돌아가시면 검은색 옷을 입을 돈을 들고 가야 하는 지 등 외국인이 궁금해하는 것들이 많죠.” 이렇게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영문 에세이 겸 사진집 ‘마이 코리아’와 ‘마이 서울’도 출간했다.
최근 출간한 ‘마이 팰리스(My Palace)’는 한국의 궁궐을 소개하는 책이다. “한국 문화의 기원을 찾아 자료를 검색하다 보니 어느새 역사가 보이고 궁궐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아예 궁궐문화역사 해설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신간은 백 작가가 궁궐 해설을 하는 동안 외국인들이 주로 궁금해했던 질문과 외국인 방문객들이 알면 좋을 내용을 중심으로 엮었다. “현재 궁궐의 안내판과 관련 서적들은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왕들의 이름이나 내용, 연도 위주로 구성돼있어요. 새 책은 왜 문이 3개씩 있는지, 동물 석상들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 관광객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을 엮었죠.”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취미를 병행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백 작가는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에 시간 남으면 취미를 시작하겠다고 미루는데, 저는 30대부터 취미에 투자하라고 추천한다”고 말했다. “30대 중후반부터 일주일에 1시간 정도씩만 관심을 갖고 꾸준히 하면 60대에는 어느새 그 분야의 대가가 되어 있을 겁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백 작가는 비영어권 관광객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센터를 만들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을 보면 다들 영어부터 떠올리지만, 호텔리어와 문화재해설사로 만난 관광객 중엔 스페인어나 불어를 쓰는 분들이 더 많았어요. 특히 고령의 관광객은 영어가 편하지 않아 불편함을 겪더라고요. 프랑스 사진전을 위해 불문학 학위도 취득해놨습니다. 더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진짜 아름다움을 알아가도록 힘을 보태고 싶어요.”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